충무로는 왜 위기인가? 기생충 이후 흥행 공식의 변화

기생충 이후 충무로의 변화

‘기생충’의 성공, 그 이후 한국영화의 방향성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한국 영화사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각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충무로는 전과 같은 활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계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합니다.

기생충의 흥행은 일회적인 성공일까, 아니면 한국 영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일까? 이 질문은 여전히 충무로에서 유효합니다. 많은 이들이 봉준호 감독의 성공을 계기로 다양한 창작 시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이후 상업 영화들이 보여준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운 모습입니다.

영화 '기생충' | CJ ENM
한국영화 흥행 흐름 분석

‘탈코드’ 장르의 도전과 관객의 반응

‘기생충’ 이후 충무로는 장르적 확장을 시도해왔습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코드에서 벗어난 영화들이 제작되었으며, 그중에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300억 원 대작 ‘비상선언’의 흥행 실패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국내 관객 수 205만 명이라는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또 다른 작품인 ‘정이’, ‘길복순’ 등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들도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는 노출되었지만, 국내 극장가에서의 파급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가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관객과의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Z세대의 시선과 관객 취향의 변화

‘기생충’이 흥행하던 시기와 비교해볼 때, 2020년대 중반을 살아가는 관객의 정서와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는 영화 콘텐츠 소비에서 가성비, 몰입감, 짧은 시간 내 감정적 자극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긴 호흡과 복잡한 내러티브를 가진 한국형 서사극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충무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존의 서사 중심 영화보다는 OTT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하이브리드 장르 콘텐츠나 웹툰 기반 영화 등이 더 큰 관심을 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충무로의 대응은 아직 더딘 편이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의 손익분기점 미달 사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흥행 공식의 재정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입니다. 특히 3편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의 회복세를 보여주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범죄도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액션, 코미디, 사회적 메시지를 버무리며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충무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으며, 복합 장르와 단순한 서사 구조의 결합이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변화의 갈림길에 선 충무로

2025년 현재, 한국 영화계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생충’의 성공 이후 영화 제작 환경과 소비 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관객의 기대치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설정되고 있습니다. 충무로는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 콘텐츠 개발과 동시에, 국내 관객과의 공감대를 다시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거의 성공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의 흐름을 냉정하게 진단하며, 한국 영화만의 독창성과 보편성을 조화롭게 접목한 콘텐츠 생산이 절실합니다. 영화 산업의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충무로는 이제 새로운 정체성과 실험적 서사를 통해 다시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마무리

‘기생충’은 분명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성공이 한국 영화의 전반적인 상승을 의미하진 않았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 관객 맞춤형 기획, 그리고 장르 간 경계 허물기를 통해 충무로가 다시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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